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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메트와 샤를마뉴

yulovely 2018. 4. 9. 18:17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유명한 역사가, E.H.Carr가 한 말로, 아마 많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이 구절을 고등학생 때 국사책을 펴봄과 동시에 마주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E.H.Carr라는 유명한 역사가가 한 말로 기억하고 있었을 뿐, 크게 공감하며 와닿게 느낄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던 중 책 <마호메트와 샤를마뉴>를 읽으면서 내내 이 구절이 떠올랐고 이에 크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호메트와 샤를마뉴>는 앙리 피렌이 고증에 의하여 작성한 역사서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동안 세계사를 배우거나 접할 때,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던 주장들을 부정하면서 시작합니다. 앙리 피렌이 부정한 역사적 학설은 바로,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인해 로마가 큰 내적 변화를 겪고 그리하여 붕괴되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로마의 붕괴가 게르만족의 이동이 아닌, 이슬람교도의 침공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합니다. 이 책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기존의 학설인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인한 로마의 붕괴에 대한 부정을, 2부에서는 로마의 붕괴는 이슬람교의 침공에서 비롯하였다는 주장을 역사적 흐름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요소를 세세하게 짚어가며 서술합니다. 먼저, 1이슬람 침입 이전의 서유럽입니다. 1부는 전체적으로 게르만족의 침입은 역사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을 중점으로 서술됩니다. 게르만족 침입 이전의 로마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지중해는 로마 발달의 요지가 되며 로마는 지중해를 통해 경제적 통일체를 형성합니다. 서방세계는 로마의 새로운 수도이자 연안도시인, 콘스탄티노플에서 수공업 제품과 사치품을 공급받았습니다. 이는 해상 무역과 함께 상품을 사고, 파는 상업이 크게 발달했다는 증거가 되며 이 시기 로마는 지중해와 그를 통한 해상 무역 및 상업의 발달로 아주 풍요롭고 번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호메트와 샤를마뉴>는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게르만족의 대이동은 로마 제국에 큰 변화를 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앙리 피렌은 로마 제국으로 이동한 게르만족은 로마를 정복하거나 지배하기 위함이 아닌, 경제적, 사회적으로 번영한 로마 제국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이주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오히려 로마가 게르만화된 것이 아니라, 게르만인들이 로마화됐다고 보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이죠. 다음은 2, ‘이슬람과 카롤링거 왕조입니다. 2부는 로마 제국의 역사의 흐름에 변화를 일으킨 주체를 이슬람이라는 주장을 중점으로 서술합니다. 앙리 피렌은 7세기 이슬람의 침공이 로마 제국에 끼친 영향을 게르만의 침입과 비교하며 게르만족의 대이동과 다르다는 점을 2부를 서술하는 내내 강조합니다. 게르만족이 로마 제국에 들어와서 로마화가 된 것과는 달리, 이슬람에 정복을 당한 로마인들은 빠르게 이슬람화되었습니다. 또한 게르만족의 이동으로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던 지중해의 경제적 통일성이 이슬람의 침공으로 인해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앙리 피렌은 이를 두고 포에니전쟁 이래 유럽 역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강조합니다. <마호메트와 샤를마뉴>를 읽으면서 최대한 내가 알고 있던 사전 지식을 배제하고 앙리 피렌의 주장을 따라가며 사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앙리 피렌의 주장은 탄탄해서 그대로 따라가기에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1부와 2부를 읽을 때 차이가 더욱 확연하게 느껴졌습니다. 2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요소에 대한 서술은, 1부와는 달리 매우 연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앙리 피렌의 <마호페트와 샤를마뉴>는 나에게 단지 새로운 관점의 역사적 해석만을 전해준 책이 아니라, 앞으로의 역사를 대할 나의 태도를 바꿔줬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기억할 책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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